홈로스팅에 적합한 로스터기를 결정하셨나요? 쿨러, 배기 등 필요한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 하더라도 막상 로스팅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첫 로스팅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볶을(첫 배치) 생두를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테스트용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로스터기에 대한 신뢰와 로스터기를 다루는 실력은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로스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도 체험하지 못한 채 거기다가 익숙하지 않은 로스터기를 사용하는 것은 실패할 확율이 무척 높다는 것입니다. 볶음에 실패한 원두는 먹지 않게 되고 방향제나 그라인더 시즈닝 정도의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므로 낮은 등급의 생두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추천할 만한 생두로는 콜롬비아의 후일라, 나리뇨, 톨리마, 안티오키아, 포파얀 처럼 지역명으로 끝나는 엑셀소 등급의 워시드 가공 생두와 과테말라의 안티구아, 아카테낭고, 우에우에테낭고 등과 같은 산지의 지역명과 SHB 이하 등급의 워시드 생두를 추천합니다. 이 생두들은 Bourbon, Caturra, Catuai, Castillo와 같은 품종들이 주로 이루어져 있어 볶기에 무난한 크기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향미적인 부분에서도 호불호가 크지 않아 로스팅 후에 성취감도 높습니다.
브라질 생두는 내추럴 프로세스의 콩이 대부분이라 처음 볶는 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내추럴이나 허니 계열 프로세스, 무산소 프로세스를 거친 생두는 디벨롭 구간에 들어서기 전부터 열에 대한 반응속도가 빨라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순간 타버릴 소지가 큽니다. 그래서 추천하는 생두는 워시드 계열의 프로세스를 거친 생두를 추천합니다. 워시드 계열의 생두는 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 아니며 디벨롭 구간에서 잘 버티는 편입니다. 그리고 로스팅에 기준이 되는 프로세스라 기준을 잘 잡아둔다면 열에 민감한 가공의 콩이라도 적절한 대처가 가능할 것입니다.
생두의 크기는 너무 작거나 크지 않는 14~16의 스크린 사이즈의 생두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로스팅의 목표 중의 하나는 속까지 골고루 익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적절한 크기의 생두로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처음부터 스크린 사이즈가 큰 생두를 볶으면 겉은 타고 속은 덜 익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작은 콩은 쉽게 타버립니다. 아무렇게나 볶아도 잘 볶인다는 표현을 쓸 만큼 로스터기의 기능은 발전되어 있는데 자신이 볶은 커피가 타거나 제맛을 못 내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로스팅에 대한 의욕도 저하될 것입니다.
또 피해야 할 것은 피베리 생두입니다. 피베리는 열매에 1개씩 들어있는 커피 생두로 팥이나 녹두처럼 타원의 모습입니다. 18+ 스크린 사이즈의 생두처럼 열이 콩 안에까지 골고루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피베리의 크기가 보통 작은 스크린 사이즈가 많아 스크린 사이즈가 16 이하의 크기라면 열량을 잘 관찰하며 카라멜라이징 구간구터 ROR의 변화를 주시하며 볶아 보기 바랍니다.
로스팅을 준비할 때 희망을 가지고 다양한 생두를 준비하게 됩니다. 다양한 생두를 재미나게 볶고 싶은 마음과 로스팅 후 향미의 결과에 대해 기대 마저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다양한 생두를 정신없이 볶고 나서 머리가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로스팅을 진행하고 난 뒤 생두의 구간별 현상과 특이점들은 금방 잊게 마련입니다. 다양한 생두를 하나씩 볶다 보면 결과물에 따라 로스터기 탓을 하거나 생두 퀄리티를 의심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단 하나의 생두를 여러 배치로 계획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배치별로 계획을 세우고 TP에 따른 투입 온도, 배출 포인트를 계획하거나 용량별로 로스터기의 적정량을 가늠해 보기도 하며 로스팅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알찬 로스팅이 될 것입니다.
테스트 로스팅을 진행하여도 꼭 핸드픽은 하기 바랍니다. 결점두를 골라내는 것은 건강하게 마시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미성숙두와 같이 로스팅 후에 발생하는 결점두가 존재합니다. 로스팅을 제대로 공부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결점두도 꼭 신경 써야 합니다. 그리고 볶은 커피를 음용해야 잘 볶아졌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맛과 긍정적인 맛을 느끼고 왜 부정적이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잘못 볶아서 그런 것인지 결점두 때문에 그런 것인지 파악이 가능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향미는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자체적으로 프로파일을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는 로스터기가 아니라면 아티산과 연결하여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를 권장합니다. 별도의 온도 계측 장비의 포트가 없는 아날로그 방식의 온도계가 부착되어 있다면 프로파일과 결과를 기록할 수 있는 프로파일 기록지를 준비하도록 합니다. 보유한 로스터기의 동호회나 온라인 모임에는 로스팅 프로파일 기록지를 함께 공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보통 엑셀 파일로 작업 되어 있으니 데이터를 받아 출력하거나 노트북을 이용하여 현장에서 직접 기록하면 됩니다.
30초나 1분당 변화하는 Bean 온도나 드럼의 온도, 열량 변화를 기록하여 프로파일을 작성하면 됩니다. 로스터기마다 추천하는 1팝 시간대가 있으니 이 시간에 5분을 더하여 프로파일을 만들면 불필요한 시간대를 줄일 수 있습니다.
볶은 원두를 쿨링하고 난 뒤 로스팅 수율을 계산하기 위해 저울이 필요합니다. 저울은 소수점 이하 한자리(0.1g)까지 계측이 가능한 저울이 좋습니다. 그릇도 준비할 때 생두 담을 그릇과 볶은 원두를 담을 그릇을 분리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볶은 원두에 생두의 분진 가루가 묻는 것을 방지합니다. 볶은 원두를 담을 그릇에 포스트잇을 사용하거나 커피 봉투, 일회용 비닐봉지를 준비하면 배치 간에 분주하여 당황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사용할 펜도 네임팬이나 매직으로 준비합니다.
열원과 로스터기 구조와 배기 환경 또한 로스팅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온습도뿐만 아니라 배기, 환풍 시설까지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배기에 관한 사항은 이 곳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댐퍼가 있는 반열풍 로스터기의 경우 변수가 심하니 배기구로 역풍이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배기나 환풍이 잘 되어 있어도 마스크를 착용하여 호흡기와 폐를 보호해 주십시오. 불편하고 답답해도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마스크는 최대한 밀폐력을 갖는 것으로 사용합니다. 일반 마스크는 틈이 많아 로스팅 룸내에 떠다니는 분진과 연기에 취약합니다.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한다면 밀착력을 높이고 평균 입자 0.4㎛를 94% 이상 차단하는 KF94 이상을 사용합니다.
로스터기 주위의 조명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생두의 색상 변화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원두 확인창이나 유리로 투과해 확인해야 하거나 할 때 별도의 밝은 조명이 필요합니다. 프로파일을 보며 빈 온도나 배기 온도를 참고하여 로스팅을 진행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두운 환경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필요하다면 손전등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전구색은 주백색(색온도 범위는 4000K~5000K)이나 주광색(색온도 범위는 5500K~7500K)을 사용합니다.
로스팅 중에 발생하는 것 중 주위를 어지럽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채프(Chaff)입니다. 채프는 실버 스킨이 로스팅 진행 중에 떨어져 나오면서 발생합니다. 채프를 포집해 주는 싸이클론이나 채프 받이들이 설치되어 있는 로스터기가 아닌 자연배기 형식은 토출구로 계속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화재의 위험성이 있으며 주변이 채프로 덮여 각종 장비나 설치대 주변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진공청소기를 구비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옐로우 구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채프를 제거하기 위해 토출구를 너무 강한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드럼 내부의 열량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로스팅에도 지장을 줍니다. 그러기에 주변에 떨어진 채프를 정리하여 제거하는 방식으로 도구를 준비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청소용 붓과 손 빗자루, 작은 핸디 청소기 정도를 구비해 놓고 바닥용 청소기는 상황에 따라 준비하도록 합니다.
로스팅 공간의 온습도를 기록하여 계절별로 로스팅에 미치는 영향을 체험해 보아야 합니다. 로스팅 룸의 온습도에 따라 터닝 포인트와 1팝의 온도가 다르게 체크됩니다. 현상이 진행하는 시간도 바뀝니다. 투입 온도를 바꿔야 하고 열량도 조정해야 하며 로스터기 주변의 대류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항온항습계가 있다면 최적의 조건이라 할 수 있지만 집에 그런 시설을 갖추는 것이 어렵기에 온습도계를 보고 대처해야 합니다. 가장 변화가 심한 여름과 겨울에 로스팅 현상에 대해 기록하여 변수를 줄이도록 합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로 전기를 써야 할 때가 생길 수 있습니다. 로스팅에 필요한 것들이 전기에 물려 있다면 더욱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멀티탭을 준비하거나 멀티탭에 여유 포트를 남겨 놓는 것이 좋습니다. USB 장비를 사용해야 할 때는 보조 배터리가 있다면 해결될 것입니다.
여기서 거론하지 못한 사항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 보유하고 있는 로스터기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전기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로스터기는 과부하로 전원이 차단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두꺼비 집을 확인하여 최대 전력 허용 한계를 넘지 않도록 하고 멀티탭의 용량도 잘 확인하여 화재나 차단되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LNG나 LPG를 사용할 때는 가스가 새지 않도록 호스와 체결 부위를 잘 확인하고 누출경보기나 비상시에 사용할 환기 장치(선풍기나 에어 써큘레이터)를 준비하는 것도 안전한 로스팅에 도움이 됩니다.
안전과 연관이 되는 부분도 챙겨야 하지만 로스팅을 시작하면 배치 중간에 해야 할 일도 제법 있어 우왕좌왕하다 보면 커피 볶는 타이밍에 차질을 빚게 됩니다. 첫 로스팅이 완벽할 리는 없습니다. 자주 로스팅을 해도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야 커피 볶는 실력과 노하우도 생기게 될 것입니다.
늘 안전하고 건강한 커피 라이프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