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커피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세계 3대 커피인 예멘 모카 마타리,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를 가볍게 제치고 혜성처럼 등장한 파나마 게이샤는 60여 커피 생산국에서 중간 정도에 머무르던 자국의 순위를 단숨에 1위로 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습니다. 이 기막힌 사건은 품종과 떼루아가 만나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 낸 선례를 남겨 각 생산국에서 자국의 기후와 토양에서 가장 빛을 발할 품종을 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히 게이샤 전성이라 할만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 게이샤의 발견과 파나마로의 여정

게이샤 품종은 1931년 에티오피아 카파(Kaffa, 현재 Jimma) 지역의 게샤(Gesha)라 불리던 숲에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커피 종자를 받아낸 영국의 학자들이 케냐 농업연구소로 옮겼는데 이때 게이샤(Geisha)라는 표기가 붙게 되었습니다. 숲의 명칭이 에티오피아의 옛 이름인 아비시니아였고 Abyssinia Gesha라고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기가 잘못되어 Geisha로 표기가 된 후 지금까지 불리게 되었습니다. 케냐 농업연구소에서 자란 게이샤는 1936년 탄자니아 커피연구소로 전해지고 이후 우간다의 ‘콴다 기지’로 전해졌습니다.

탄자니아 연구소에서 게이샤의 자손을 하이브리드 교배를 통해 커피 녹병에 강한 VC-496 품종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때 중남미에도 커피 잎사귀 녹병인 로야(Roya)가 발생하여 이 게이샤 하이브리드 품종이 코스타리카 ‘열대농업연구고등교육센터’로 전해지고 ‘T2722’라고 등록되었습니다.

파나마 정부는 녹병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고 파나마 농림부 직원 돈 파치 세라친이 녹병에 저항력이 있는 이 하이브리드 게이샤 품종 T2722를 가져와 심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가지가 약하고 생육이 느려 수확량이 적었으며 향미 또한 기존 티피카나 카투라 등의 품종과 다를 바 없어 상품화에 실패한 것입니다. 그런데 에스메랄다 농장의 주인이었던 미국인 프라이스 피터슨(Price Peterson)을 만나 명품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 파나마 게이샤

스페인 탐험가 로드리고 데 바스티다스에 의해 1501년 발견된 파나마는 스페인 왕실로부터 점유를 인정받아 1821년 독립까지 320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독립 후에도 바로 콜롬비아 연방국으로 편입되었다가 1903년에야 미국의 지원으로 분리 독립하였습니다.

19세기 영국인 선장이 파나마로 이주하여 올 때 티피카(Typica) 묘목을 가져와 심은 것을 시작으로 병충해를 피해 고산지대로 옮겨 심으면서 품질이 높아진 사실을 깨닫고 바루화산지대인 보케테 계곡에 농장들이 군락을 이루었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의 역사에서처럼 프랑스의 루이 14세로부터 시작해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섬을 경유하여 중남미에 퍼진 티피카는 18세기에 세계를 장악하며 돌고 돌아 결국 파나마에 들어와 심어졌습니다.

티피카가 심어진 보케테 지역이 농림부 직원 돈 파치(Don Pachi)가 코스타리카로부터 가져온 게이샤를 만나면서 커피계 최고의 명품이 되었습니다. 2013년 7월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서 우승을 차지한 에스메랄다 스페셜 내추럴 커피 C.V가 생두 1파운드에 350.25달러로(1kg 기준 원화로 87만원에 달함) 일본 업체에 낙찰은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스페셜티 시장에서 즐겨 찾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나 케냐산 커피 생두가 1kg에 1만원 전후의 가격대였음을 보면 87배의 가격은 가히 충격적인 일이라 하겠습니다.

매해 낙찰가를 갈아 치우고 있는 파나마 농장들의 게이샤 가격은 최근에 열린 엘리다 농장 자체 옥션에서 1kg에 천만원이 넘는 낙찰가를 기록하여 세간의 뉴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파나마는 풍부한 강수량과 커피나무의 그늘이 되어주는 풍성한 구름이 게이샤를 건강하게 자라게 하였습니다. 그 중 바루화산국립공원 주위의 커피 재배지는 게이샤 커피의 최고 등급을 만들어 낸 곳입니다. 평균 고도가 1,800m, 정상은 3,474m로 중앙아메리카에서 최고의 높이를 자랑합니다.

보케테(Boquete) 지역은 바루화산을 등정하는 베이스캠프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커피 종사자들에게는 게이샤품질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그 유명한 에스메랄다(Esmeralda) 농장이 있는 곳으로 해발 1,700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기후가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한 보케테 지역은 코스타리카와 60km가량 떨어진 국경지대의 마을로 게이샤 품종이 코스타리카로부터 전해질 만한 환경으로 적합하였던 곳이었습니다.

 

● 에스메랄다 농장

1996년 프라이스 피터슨은 보케테 하라미요(Jaramillo) 지역의 농가를 경매로 구입하였는데 그것은 이 농장에 색다른 맛을 내는 커피나무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농장을 구입한 후 자신의 농장 곳곳에 옮겨 심었으며 같은 지역이더라도 장소에 따라 향미가 달라질 정도로 민감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늘에서 천천히 자라게 하는 등 치밀하고도 엄격한 관리로 재배하여 최상의 품질을 만들었습니다.

프라이스 피터슨의 둘째 아들인 대니얼 피터슨(Daniel Peterson)은 하라미요의 농장을 구입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커피 농사에 참여하여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대회에서 게이샤 품종으로 첫 우승을 획득하였습니다. 농장을 사들여 옮겨 심었던 품종이라 게이샤 품종이란 확신이 없던 그는 당시 ‘에스메랄다 하라미요 스페셜’이란 이름으로 출품하였고 대회가 끝난 후 유전자 분석을 통해 게이샤 품종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에스메랄다는 ‘에메랄드 보석’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데 갓 수확한 커피 생두가 에메랄드와 같다고 하여 그 당시 많은 농가에서 좋아하던 명칭이었습니다. 여담으로 콜롬비아의 퀸디오에도 에스메랄다 농장이 있는데 2016년에 이 농장의 커피가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에스메랄다 게이샤의 향미는 마치 꽃밭에 서서 장미, 재스민, 꿀 같은 농밀한 단향과 마치 향수처럼 사라지지 않는 긴 애프터 테이스트, 패션 푸르트와 감귤처럼 부드러운 산미 등이 인상적입니다.

2006년 세계적인 커피 품평가인 돈 훌리*Don Holly)는 베스트 오브 파나마 대회에서 우승한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맛보고 “에스메랄다의 특별한 커피에서 나는 신을 만났다”고 극찬하였으며 이후 게이샤는 ‘신의 커피’라고 불리었습니다.

월드커피리서치(varieties.worldcoffeeresearch.org)의 파나마 게이샤에 대한 링크를  남겨놓습니다. 커피나무의 외관과 특성에 대해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파나마란 천혜의 자연 속에서 녹병이란 복병을 만나 심어진 하이브리드 게이샤는 녹병의 저항성이 생각보다 강하지 못하여 외면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한 농장주에게 그 독특한 향미를 들켜 마치 성경에서 밭에 감춘 보화를 발견한 사람이 밭을 산 것처럼 그 농장을 삽니다. 그리고 엄격한 관리를 통해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거듭났습니다. 지금도 농장에서는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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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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