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나 로스터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섣불리 정의할 수 없는 것이 커피 배전도 (볶음도)입니다. 누군가 “이 커피가 중강배전 커피에요?”라고 물어볼 때 8단계 분류법에 익숙한 분이라면 시티 로스팅인지, 풀시티 로스팅인지 아리송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알긴 하지만 엇비슷하게 얽혀있는 것이 커피 배전도입니다. 이에 우리에게 알려진 배전도를 모아 봤습니다.
지금까지 커피에 관련된 많은 분이 사용하는 커피 배전도입니다. 커피를 소비하던 각 나라와 지역에서 즐겼던 경향을 취향이라 보고 각각 공통된 배전도를 사용하게 되고 그것이 커피를 거래했던 상인들 사이에 사용되던 표현, 명칭이 되었습니다. 특별한 구분이나 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약배전을 즐기던 곳은 영국으로 1차 크랙 직전에 배출한 라이트 로스트였습니다. 프랑스는 2차 크랙을 지나 커피 표면에서 오일이 흘러나와 윤기가 나는 정도까지 볶다가 배출하여 프렌치 로스트로 불리게 되었고 이탈리안 로스트는 숯에 가까울 정도까지 볶아 매우 강한 배전도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땅이 넓은 탓인지 지역적으로 배전도가 상이했음을 위의 표에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설명을 보충하자면 보스턴과 서부지역의 해안 지역에서는 라이트~시나몬~미디엄 로스트를 즐겼고 동부지역은 1차 크랙 후반인 하이~시티 로스트를, 남부는 이탈리안, 북부는 이탈리안보다 더 강한 배전도를 즐겼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미국 동부지역이 즐기던 배전이 시티 로스트라고 했습니다. 그럼 이 시티는 어디였을까요? 이 도시는 ‘뉴욕’입니다, 시티 로스트의 볶음 정도를 가장 예민하게 사용했다고 합니다. ‘시티’란 배전도의 유래는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미디엄 로스트는 ‘아메리칸 로스트’라 불리게 되었는데요 미국 전체에서 즐겼던 배전도의 가장 중간에 위치해 ‘미디엄’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커피 하면 일본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커피 관련 제품들에서 일본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배전도에서도 일본의 것들이 매우 남아있습니다. ‘배전(培煎)’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없었던 단어임에도 지금까지도 이어져 통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볶음’이란 단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해 보고 있지만 쉽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커피 하시는 분들께서 소통하실 때 자주 사용하여 언어 전달에서도 이해력에서도 ‘배전’을 이기는 ‘볶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위의 표는 일본에서 1970년대 이후 통용되는 배전도 입니다. 그런데도 정해진 기준 없이 지역에 따라 배전의 기준이 다르고 가게마다 달라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강배전을 주로 사용하는 가게의 경우에는 풀시티에 가깝더라도 약배전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각자의 기준이 더 중요한지라 호칭이 정해진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약약볶음, 약볶음, 약중볶음, 중볶음, 중강볶음, 강볶음, 강강볶음, 탄볶음이라고 통칭하자고 해도 커피 업계에 계신 분들이 함께 바꿔나가 주지 않으면 나만의 호칭이 될 것입니다.
6단계 분류는 2000년대 부터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일본의 4단계 분류 아래 항목을 보고 이런 분류도 있다는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로스팅 현상에 따라 나눈 분류처럼 보여 정돈되어 보입니다.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는 커피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대표적인 기구입니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는 비영리단체로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과 무역에 역량을 가지며 매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같은 커피 관련 대회와 전시회를 개최하는 곳입니다.
SCAA에서 분쇄한 커피의 색상을 기준으로 한 애그트론사의 칼라 장비 M-Basic을 사용하여 총 8단계로 분류하였습니다.
실제로 로스팅에서 주로 사용하는 아그트론 넘버는 #30에서 #70 사이입니다.
● Very Light (라이트: Light)
1팝전의 단계로 밝고 연한 황갈색이며 수분 날리기 과정을 통해 일부 수분이 빠져나가며 메일라드(Maillard) 반응과 캐러멜화(Caramelization)를 지난 상태입니다. 원두에서는 곡물, 지푸라기 등의 향이 나고 음용하기에 시큼한 신맛이 강하며 떫고 아립니다.
● Light (시나몬: Cinnamon)
1차 크랙이 일어나는 단계로 연한 황갈색의 계피 색상이며 조직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세포 구조의 균열이 빨라집니다. 아로마는 꽃이나 시트러스(오렌지, 감귤, 레몬) 류의 엔지매틱(Enzymatic) 계열의 산미가 주를 이루며 라이트 로스팅에 적합한 스페셜티 중에서도 스페셜티한 커피를 반열풍이나 열풍 로스터로 고르게 로스팅해야 즐길 수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라 하더라도 떫은 맛이 남아있으며 산미도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 Moderately Light (미디엄: Medium)
1차 크랙의 정점에서 끝나기까지의 단계로 연한 밤색이며 엔지매틱에서 슈가 브라우닝(Sugar Browning) 단계를 시작하는 시점으로 베리류, 과일 계열의 산미와 구운 아몬드나 견과류의 향미가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보통 이 단계부터 부담 없이 마시기에 좋다고 느껴집니다.
● Light Medium (하이: High)
1차 크랙이 끝나고 휴지기에 들어간 단계로 밤색이며 슈가 브라우닝 단계를 본격적으로 돌입하여 단맛이 올라가고 산미는 점점 줄어듭니다. 꽃 향은 거의 사라지고 과일의 산미와 캐러멜의 단맛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핸드드립할 때 추출이 양호하게 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 Medium (시티: City)
휴지기에 중반에서 2팝 까지의 단계로 갈색입니다. 산미는 사라져가고 어렴풋이 느껴지며 슈가 브라우닝의 정점을 지나 캐러멜, 메이플 시럽의 단맛과 초콜릿, 버터의 향미가 느껴지는 구간입니다. 커피가 지닌 향미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고 균형 잡힌 밸런스로 드립 커피에 적합하며 맛의 중심에는 단맛이 자리를 잡고 쓴맛이 느껴집니다.
● Moderately Dark (풀시티: Full City)
2차 크랙이 진행된 단계로 고동색이며 드라이 디스틸레이션(Dry Distiiation)이 진행되어 송진, 스파이시, 후추, 스모키, 삼나무 같은 향미가 느껴집니다. 산미는 사라지고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 쓴맛이 중심이 되어 에스프레소 용으로 적합합니다. 일부 원두에서 오일이 배어 나와 오일리한 맛, 버터리한 맛도 느낄 수 있습니다.
● Dark
다크 초콜릿의 색상까지 진행된 상태로 오일이 흥건히 배어 나와 쓰고 진한 바디감과 스모키한 향, 담배, 타르, 정향(Clove), 톡 쏘는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 Very Dark
재에 가깝게 로스팅된 단계로 검은색에 가깝고 오일이 많이 흘러 나오고 재(Ashy), 탄 향, 숯 향이 느껴집니다
1팝 시작 – 간헐적인 팝 – 연속적인 팝 – 최고조에 이른 팝(정점에 이른 팝) – 점차 줄어드는 팝(꺽인 팝) – 간헐적인 팝 (잔 팝)- 휴지기 도입(시작) – 휴지기 초중반 – 휴지기 중반 – 휴지기 중후반 – 휴지기 후반 – 2팝 |
로스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로스팅 과정에 대해 모르니 소통에는 일본의 4단 분류법을 기준으로 한 방법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약배전(1차 크랙) – 중약배전(1차 팝 끝~휴지기 초반) – 중배전(휴지기 중반~후반) – 중강배전(2차크랙) – 강배전(2차 크랙 끝~) |
자신만의 커피 배전도 기준을 잡고 있으면 로스팅을 할 때 원하는 포인트로 볶을 수 있을 것이며 커피를 추출 할 때도 물의 온도와 뜸 들이는 시간, 추출 상태를 예감하여 원하는 향미를 끌어 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