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커피 향미가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커피 향미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입 안에 있는 음식물에 따라서 느껴지는 맛이 크게 바뀝니다. 손과 머리, 얼굴, 옷에 바르고 뿌리는 화장품, 향수와 같이 강한 향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감기나 비염 등의 증상은 커피 향미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커피를 담은 잔, 커피를 마시는 곳의 환경에 이르기까지 맛이 변하는 원인은 많습니다. 이에 스페셜티 커피의 향미 손실을 줄이기 위한 사항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식사를 하고 나서 커피를 마실 때 입안을 물로 충분히 헹구지 않고 커피를 마시면 커피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특히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난 후 커피 맛은 형편없이 느껴집니다. 토마토소스가 들어있는 파스타, 피자들이 그러합니다. 고추장과 같은 장류를 사용한 음식인 떡볶이, 자장면, 찌개류와 김치와 같이 고춧가루와 젓갈을 많이 사용한 음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입안이 깨끗해지도록 물로 헹구어 주어야 커피의 향미를 보다 풍요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좀 더 빠르게 입안의 상태를 호전시키려면 물로 입가심을 하여 입안을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치약으로 이를 닦아서는 안됩니다. 커피의 향미가 변질될 뿐만 아니라 이를 닦으면 치아의 조직이 열려 커피가 그 사이로 들어가 착색되어 버립니다.
손등에 바른 핸드크림이나 립스틱의 향은 커피 잔을 쥐고 입에 가져갈 때 커피 향미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강력합니다. 커피의 향미를 분석하는 ‘커핑’을 할 때에는 얼굴과 손을 깨끗히 해야하는 이유가 그러합니다. 반면 화장품의 향을 잘 사용하면 밋밋한 커피를 향기롭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커피숍에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실 때 화장을 지우거나 손을 씻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만남의 자리가 중요한 터라 오히려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나와 테이블에 앉게 될 것입니다. 립스틱의 향과 옷에서 풍기는 향수가 더해져 커피의 맛도 변할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커피 향미를 온전히 누리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겠습니다.
커피 향미는 80% 정도 향(Fragrance & Aroma)에 의존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후각을 잃었던 적이 한 번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커피를 포함한 음식물들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비염을 오랫동안 앓고 있는 사람들은 커피와 같은 향에 기반한 음식물들보다는 혀로 느끼기 쉬운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등이 잘 표현되는 음식물들을 주로 섭취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커피 추출 방법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기구)으로 내린 커피는 카페스톨 거품인 크레마가 풍부하여 바디감이 묵직하고 오일리한 맛이 기본이 됩니다. 에스프레소 기구를 기준으로 그와 비슷한 향미를 추출하는 방식으로는 모카 포트와 스테인리스 필터를 사용한 드립 추출 방식이 에스프레소와 비슷한 향미가 됩니다.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드립 추출 방식은 카페스톨을 대부분 제거해주기 때문에 바디감에서 손실이 있습니다. 대신 선명한 산미의 영역과 깔끔한 향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종이 필터 추출 방식은 많은 종류의 드리퍼와 드립 추출 방식에 따라 미묘하면서도 색다른 향미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융 드립은 에스프레소에 비해 오일감이 적어 묵직한 바디감에 가리워진 풍부한 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험실 도구와 같은 사이폰 추출 도구나 저온 장시간 추출 방식인 더치 추출 방식, 티백이나 드립백 같은 간편한 추출 방식에 이르기 까지 같은 커피 원두라도 추출 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한 향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커피 향미는 시각에서도 변화를 줍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데이터로 인해 커피의 과일의 산미가 더 느껴지거나 버터의 고소함이나 초콜릿의 풍미가 더해지기도 합니다. 레드 계열의 색은 산미가 더 도드라지게 하며 어두운 환경이라면 묵직한 커피의 바디감이 더 강해질 것입니다. 꽃과 화초가 많은 밝은 곳에서는 플로럴한 향미가 가볍게 살랑살랑 거릴 것입니다.
색상도 향미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칼라의 커피 잔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몽, 오렌지, 딸기, 포도, 파인애플, 청사과와 같이 노랑에서 주황, 빨강, 연두색은 과일의 산미에, 핑크, 보라와 같은 색은 꽃 향에, 채도가 어두운 계열의 색은 바디감과 밸런스를 더 안정적으로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이처럼 색을 잘 활용하면 커피의 향미를 일부 증폭하거나 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시끌 법석한 공간에서 커피를 온전히 즐길 수는 없듯이 귀로 받아들이는 정보는 커피 맛의 범위를 조절합니다.
모든 커피 전문점들은 재즈, 클래식과 같이 온화한 분위기가 흐르는 곡을 틀어 놓고 있습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커피 맛을 높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지나가는 자동차, 사람들의 소리와 다양한 시내의 잡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편의점 앞에서는 향미가 단순한 자판기 커피나 믹스 커피와 같이 달달한 커피가 안성맞춤입니다. 향미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카페 안에 들어서면 먼저 커피 향의 후각과 잔잔한 음악의 청각, 카페의 성격을 드러내는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시각에 커피의 맛이 결정이 됩니다. 결국 오감중에 눈, 코, 귀로 수집되는 정보에 의해 앞으로 마실 커피 향미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도 좁힐 수도 있게 되는 셈입니다.
휴식을 위해서는 따뜻하게 내린 커피와 발라드를 틉니다. 집중을 위해서는 재즈풍의 선율을 골라 드립 에센스를 작은 잔에 담습니다. 흥겨운 리듬의 팝을 틀고 아이스 커피를 유리잔에 담아 듭니다. 어쩌면 자신의 감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음악이겠습니다.
커피를 담는 용기는 커피의 맛에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미칩니다.
첫째, 용기의 재질에 따라 맛이 변합니다.
용기의 재질이 열전도가 빠르면 맛의 변화도 빠르게 변합니다. 구리, 황동, 주석, 스테인리스와 같이 열전도가 높은 재질일수록 커피의 온도도 빠르게 식어버립니다. 이에 따라 커피가 가지고 있던 향미도 빠르게 변하게 됩니다. 가벼운 분자의 향은 빠르게 날아가 버리고 무거운 분자의 향만 남게 됩니다. 특히 강배전의 커피는 쓰고 텁텁한 부정의 맛들이 주를 이루게 되어 커피를 마시기에 부담스러워집니다.
커피를 마실 때 입술이 닿는 첫 부위가 잔입니다. Steel 종류의 잔에 입술이 닿을 때 예민한 사람들은 쇠 맛을 느낀다고 합니다. 쇠 맛은 우리가 입술에 피가 날 때 느끼는 맛으로 알고 있는 철분의 맛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알싸한 느낌의 비릿한 맛입니다. 또한 플라스틱 잔이나 고무 패킹이 사용된 텀블러에서 고무 탄 내와 같이 불쾌한 맛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잔에서 느껴지는 이런 맛은 커피를 마실 때 함께 더해져 커피의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캠핑이나 특별한 목적으로 가볍게 제작하여 사용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커피 온도를 천천히 내려주는 용기인 유리잔이나 세라믹(도기)잔을 사용하시고 가급적 예열하여 마시면 커피의 향미를 즐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 커피 잔의 두께입니다.
향미의 폭이 커피 잔의 두께에서도 차이가 느껴집니다. 얇은 잔일 수록 향미의 폭이 넓어지며 두꺼운 잔일수록 향미가 둥글둥글 해집니다. 커피를 내려 종이컵, 커피잔, 두꺼운 머그컵으로 나눠 시음해 보면 커피의 향미가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두꺼운 잔의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향미가 보다 얇은 잔으로 갈수록 풍부해집니다.
그래서 어떤 커피 잔에 커피를 담느냐에 따라 향미를 조절하여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산미가 풍부한 중약배전 커피를 얇은 커피 잔에 담는 것이 커피 향미를 즐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면 묵직한 바디감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커피의 경우 천천히 식도록 두꺼운 머그컵에 담아 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향미를 즐기는데 도움이 된 것은 종이컵이었습니다. 종이컵은 미세플라스틱이 많으니 추천하기 어렵고 대신 얇은 도자기 잔이나 와인잔이 향미를 분석하거나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커피 향미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은 우리의 주요 감각과 추출 방식, 커피 잔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의 생산지와 품종, 핸드픽, 로스팅, 그라인더와 분쇄도, 추출도구와 추출하는 사람의 실력, 추출하는 물의 종류와 온도 등 너무 많습니다. 그 많은 변수 중에 각자의 환경과 도구, 재료를 가지고 최적의 향미를 즐겨야 할 것입니다. 그것도 건강한 커피를 즐겨야 할 것입니다. 강하게 볶은 커피는 탄 맛과 아린 맛이 납니다. 결점두를 골라내지 않으면 오크라톡신A와 아플라톡신의 곰팡이 독소에 의해 지푸라기나 흙 맛과 같은 불편한 향미를 맛보게 됩니다.
집에서는 몸을 깨끗이 씻고 편하게 옷을 입고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향기로운 커피의 향미로 지친 심신을 달래며 커피를 온전히 누리게 됩니다. 각자 처한 환경에서 느끼는 공간, 시각, 후각에서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각이 주는 향미의 다름을 즐기며 홈카페, 홈로스터의 생활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