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향미를 좌우하는 것은 생두, 로스팅, 분쇄, 물, 추출 순으로 중요합니다. 커피를 구입해서 드시는 분들이라면 분쇄 과정부터 컨트롤해야 합니다. 분쇄에 필요한 그라인더는 아주 중요한 장비입니다. 에스프레소 추출에도 중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장비가 없다고 분쇄한 커피를 구입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분쇄한 커피는 바로 향미 손실의 시작이며 상온에서 몇 시간 만에도 산패됩니다.
이제는 홈카페에서도 상업용 그라인더를 사용할 만큼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그라인더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그라인더에는 수동형인 핸드밀과 자동형인 전기 그라인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동형인 핸드밀로 시작하여 편리성을 찾아 전동 그라인더를 구매하게 되는 순서를 밟아 갑니다. 전동 그라인더를 먼저 구매하게 되어도 결국은 핸드밀을 구매하게 됩니다. 원두의 향미를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커피인이라면 늘 관심을 갖고 있는 그라인더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핸드드립의 관점에서 바라 본 그라인더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라인더는 대표적으로 세가지 형태의 칼날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코니컬 버, 플랫 버, 고스트 버라 불리는 크러쉬드 버가 대표적입니다.
1. 코니컬버 (Conical Burr)
코니컬버는 중심축에 걸려있는 콘버(Cone Burr)와 몸체에 붙어있는 링버(Ring Burr)가 세트를 이루는 구조입니다.
원뿔 모양의 코니컬버는 회전 속도가 낮아 열 발생이 적어 향미 손실이 적습니다. 그래서 자동보다는 수동 그라인더에 많이 적용되어 왔습니다. 주로 고속의 플랫버는 회전 속도에 따라 열이 발생하여 향미의 손실을 가져오는데 비하여 저속에 주로 사용되는 코니컬버는 이에 유리한 면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동 그라인더에도 많이 적용되어 가고 있습니다.
핸드드립 입문자들이 거쳐 가야 했던 1~2만 원 대 그라인더가 있습니다. 세라믹 소재의 코니컬버 형태와 믹서형 그라인더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그라인더는 분쇄도와 분쇄 입자의 편차가 무척 크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 10~20만 원대 강철(스테인리스)을 사용한 코니컬버 그라인더에서 경험했던 분쇄 퀄리티를 이제는 10만 원대 안에서 다양한 모델로, 1~5만 원대에서도 골라가며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핸드밀의 성능은 상향 평준화 되었고 가격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코니컬버는 버의 소재와 가공 디자인에 따라 사용 목적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6개의 상부 칼날(Guide Blade)의 버는 에스프레소에 적합하며 7개의 상부 칼날은 핸드드립에 좋은 분쇄도를 보이고 5개의 상부 칼날의 버는 입문자 용으로 다양한 방면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가성비 라인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소재와 뛰어난 가공의 제품은 원두를 칼로 자르는 절삭력을 보여줍니다. 그에 미치지 못한 제품은 마치 무딘 칼로 뭉그러뜨리는 듯한 분쇄로 둥글둥글한 입자와 미분이 많은 결과를 보입니다. 이 영향은 커피 원두의 캐릭터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많은 미분에 의해 부정적인 맛이 빨리 추출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래서 코니컬버의 소재는 스테인리스 420 이상의 강철 소재를 사용한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티타늄 코팅 버는 사용 시간을 늘리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캐릭터의 표현력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있으니 꼼꼼한 제품 리뷰를 통해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핸드밀의 종착역이라 부르는 제품이 있습니다. 독일산 브랜드로 ‘코만단테’입니다. 이제는 코니컬버를 사용한 핸드밀의 기준이 ‘코만단테’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가성비 라인의 핸드밀을 경험하고 코만단테로 가야 할 지 단번에 가야 할 지를 물어보는 일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런 고민은 누구나 하게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가성비 라인의 핸드밀의 성능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려하고 개성 있는 스페셜티 커피 향미를 꾸준히 탐색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먼 길을 돌아오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때로는 멈출 때를 잘 알아야 합니다. 계속 달리다 보면 하이엔드 핸드밀과 상업용 코니컬버 라인업에 유혹되어 결제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핸드밀의 추세는 코만단테형 버 스타일이 유행이 되었고 분쇄도를 외부에서 조정할 수 있는 핸드밀이 중심이 되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이 되었던 킨그라인더 K5와 K6, Jaffee J1 Pro, 타임모어 체스트넛 S3, 홀츠클로츠 매버릭 등이 1zpresso 시리즈의 바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홈카페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코니컬 버를 장착한 전동 그라인더도 있습니다. 입문자에게 추천되고 있는 itop40, 바라짜 엔코, 바리아 VS3, 니체 제로 등이 있습니다.
2. 플랫 버 (Flat Burr)
전동 그라인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버의 형태입니다. 버의 크기도 다양합니다. 버의 크기가 가정용에서 상업용으로 올라갈수록 커집니다. 플랫버 방식에는 다음에 설명할 고스트버 타입도 있습니다. 플랫버는 거의 전동 그라인더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보기 힘든 플랫버를 장착한 제품(POTU에서 출시)이 핸드밀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플랫버를 주로 전동 그라인더로 제작하는 이유는 원두를 분쇄하기 위해서 1000rpm이상의 회전 속도와 상당한 토크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코니컬버는 저속과 작은 토크로도 원두를 분쇄할 수 있습니다.
플랫버의 장점은 빠른 분쇄, 깔끔한 향미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동 그라인더의 특성을 살려 대량의 커피 분쇄가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플랫버 타입의 그라인더는 버를 세워서 사용합니다. 이유는 플랫버의 단점인 잔량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버를 눕히고 그라인더 자체를 기울기를 주어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노커 대신에 토출구에 자석을 이용하여 분리를 쉽게 하여 잔량 제거에 적극적으로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라인더 전용 블로우업 호퍼를 사용하여 잔량을 최대한 줄이려고 합니다. 플랫버 날 사이 고정 볼트, 토출구 등에 남은 잔량의 커피 가루는 산패되어 다음 분쇄 시에 더해져 커피의 맛을 변질 시킵니다.
플랫버는 크기가 작을 수록 코니컬버에 비해 향미 표현이 부족하다고 평가되곤 합니다. 그러나 칼날의 디자인이 진화되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모델이 큰 지름의 플랫버를 달고 나오면서 홈카페에서도 코니컬버에서 표현하는 향미의 표현을 능가하는 그라인더가 나오기도 합니다. 상업용이지만 핸드드립에 EK43, 디팅 807 랩 스윗과 펠로우 오드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홈 카페 용으로는 부담이 되는 고가지만 이제는 추천하는 그라인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홈 카페에서 어떤 방식의 버가 ‘제일 좋은 방식’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환경이나 용도에 따라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다양한 그라인더를 구비하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커피 애호가에게는 그라인더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크기에 마땅히 지불할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그라인더 수집가들이 생길 만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인 장비가 아닌가 싶습니다.
3. 크러쉬드 버 (Crushed Burr), 고스트버(Ghost Burr)
크러쉬드버(고스트버) 타입의 그라인더는 특유한 형태를 가집니다.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날을 빙 둘러 포진한 모습입니다. 원두를 절삭한다기 보다 맷돌로 갈아내고 으깬다는 표현이 알맞겠습니다.
크러쉬드버의 특징은 고른 분포도의 분쇄와 미분이 적은 편이며 갈린 원두의 형태가 모래와 같이 둥글둥글하여 향미 또한 모난데 없이 둥글게 표현합니다. 버의 특성상 에스프레소 분쇄도는 불가능하고 브루잉에 적합합니다. 어떤 향미의 원두라도 먹을 만하게 나오는 것이 장점 중 하나이긴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특유의 꽃 향이나 과일의 산미를 무뎌지게 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좁게 합니다. 약배전 보다 중강배전 이상의 원두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게이샤와 같은 약배전에서 중약배전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 이용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본막, 후지로얄 그라인더가 대표적이며 가성비 라인으로 경험해 볼 만한 그라인더로는 후지로얄 짝퉁이라는 중국산 800N과 페이마 610N이 있습니다.
4. 확장 도구 (Extension Tools)
미비하거나 제약이 있는 그라인더에 날개를 달아주는 장치가 있습니다. 잔량이 많은 전동 그라인더에 잔량 토출에 유리한 블로우 호퍼와 수동 핸드밀을 전동 그라인더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전동킷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산 브랜드 ITOP이나 MHW-3BOMBER와 같은 서드 파티 기업들의 발 빠른 대처로 타오바오나 알리익스프레스로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장비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그라인더 장비를 구입하여 필요한 니즈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불편한 점을 개선하거나 기능의 확장을 체험하도록 하는 블로거와 유튜버가 있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4.1. 블로우 호퍼 (Blow Hoper)
블로우 호퍼는 전동 그라인더의 약점인 분쇄 커피의 잔량을 줄여주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특히 노커가 없는 가성비 라인의 전동 그라인더들에 많이 사용하며 EK43s와 같이 상업 라인의 제품에도 필수품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노커가 있는 그라인더에도 배출구가 아닌 버 사이에 남아있는 잔량을 제거하는데 적극적으로 선택 받고 있습니다. 블로우 호퍼와 결속 되는 파츠가 독특할 경우 발 빠르게 3D 프린터로 사출,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 출시되는 전동 그라인더에 블로우 호퍼가 기본적으로 적용되어 나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홈 카페 용 그라인더의 범위가 넓어졌고 전시회에서 홈 카페, 홈 로스팅에 관한 장비와 용품들이 확장되어 가고 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4.2. 핸드밀 전용 전동 키트
핸드밀은 사람의 힘으로 돌려야 하는 감성의 도구입니다. 그러나 고가의 플랫버에서나 느낄 수 있는 커피 향미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으니 핸드드립을 하는 입장에서는 꼭 마련하게 되는 그라인더입니다. 그런데 전기를 사용하여 돌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동 드라이버를 사용해 핸드밀을 사용하는 일이 온라인으로 퍼져나가 핸드밀에 맞는 어댑터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만단테’를 사용하기 위해 전동 드라이버보다 안정적인 장치가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DIY로 자작하여 시작되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금손의 실력가들이 전동 키트를 자작하여 보급하였습니다. 그러나 전동 키트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큰 자금이 필요했기에 여유가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갓성비라 부를만한 전동 키트가 나왔습니다. 역시 중국발 아이카모 전동 키트로 유명 유튜버로부터 소개되어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여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할인 시즌에 특히 많이 구매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핸드밀을 부착할 수 있고 속도를 50~300rpm까지 가변할 수 있으나 모터의 힘이 약해 150rpm 이상은 돌려야 안정적이며 약배전 원두의 경우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아 중배전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평입니다. 결속 부위의 어댑터의 경우 결속 볼트가 빠지면 원두와 같이 섞여 버가 손상될 소지가 있는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동 키트를 보급하는 데 평준화를 이끌었다는 데에서 의미를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나올 차기작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핸드드립 추출 기구로서 중요한 그라인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건강에 유리한 커피 추출에 그라인더가 큰 몫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향미 중심으로 바라볼 때는 매우 중요한 도구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라인더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든 핸드드립 기구를 사용하든 무척 중요한 장비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추출 기구로서 가장 먼저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라인더의 특성을 직접 경험하고 나면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